[Tech Review]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 스플릿 터보 시스템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4.04.28 16:14
  • 댓글 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터보차저(Turbocharger). 공기를 압축시켜 실린더에 용적 이상의 공기를 밀어 넣는 장치를 일컫는다. 항공기 기술에서 시작했으며, 최초의 가솔린 터보 자동차는 1962년 올즈모빌 제트파이어(Oldsmobile Jetfire)가, 최초의 디젤 터보 자동차는 메르세데스-벤츠 300SD (Mercedes-Benz 300SD)이다. 현재는 제조사 전반에서 다운사이징 바람이 불면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장치가 되기도 했다.

이제 터보차저는 F1 경주차에도 사용되고 있다. 80년대 이후 F1은 자연흡기 엔진만을 사용했으니 약 30년만에 터보 엔진이 부활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2014 F1은 메르세데스-AMG 팀이 시즌 초반부터 압도적인 성능으로 포인트를 쓸어가고 있다. 4개 경기 모두 우승은 메르세데스가 차지했으며, 이 중 3개 경기는 1, 2위를 함께 획득했다.

벌써부터 이변이없는 한 메르세데스의 컨스트럭터 우승이 확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나머지 팀은 2위를 위한 경쟁을, 일부 팀은 상반기 내에 2015년을 위한 준비에 몰두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과연 무엇이 2014년 F1을 메르세데스가 지배하게 했을까?

아무리 F1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터보 엔진의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배기가스가 터빈을 돌리면 터빈과 연결된 컴프레셔가 공기를 압축시켜 엔진으로 밀어 넣는 개념이다. 차이점이라면 터보 특유의 지연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MGU-H라는 이름의 전기모터 및 발전기가 터빈과 컴프레셔 사이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컴프레셔를 통해 압축된 공기는 온도가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뜨거워진 공기가 엔진으로 바로 들어가게 되면 압축 공기가 다시 팽창해버리고 또 실린더 내부 온도를 높여 실화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공기를 식혀주는 장치가 인터쿨러다.

일반 자동차라면 냉각장치를 넉넉하게 교체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F1 경주차는 제한된 차체 내부에 수많은 부품을 연결시켜야 한다. 게다가 이미 엔진 이외에도 배터리와 전기모터, 터보차처, 인터쿨러, 배터리 냉각 시스템 등이 추가된 상태다. 터보차저의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른 부품이 희생할 수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메르세데스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터빈과 컴프레셔를 분리했다. 엔진을 중심으로 전면 흡기부에는 컴프레셔와 MGU-H를, 엔진 후면에는 터빈을 위치시킨 것. 그리고 터빈과 컴프레셔를 잇는 구동축을 엔진의 V 뱅크 사이에 연결시켰다.

터보차저를 분리시켰다는 의미에서 스플릿 터보(Split Turbo)라고 불리고 있는 이 기술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지만 F1 경주차 전체에 상당한 수준의 성능 향상을 가능토록 했다.

먼저 터빈과 컴프레셔가 분리됨으로써 컴프레셔는 터빈이 발생하는 열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지게 되었다. 더불어 공기흡입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통해 압축공기의 열을 내릴 수 있었다. 인터쿨러의 크기와 부피가 감소해도 동일한 냉각성능을 갖게 된 것이다.

인터쿨러가 작아지면 경주차 양 옆에 위치한 공기흡입구의 면적도 감소시킬 수 있다. 공기흡입구의 면적이 작아지면 그만큼 저항도 작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에는 같은 힘을 발휘한다면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주행 중 저항이 작아진다는 것은 같은 속도로 달려도 힘이 덜 든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적은 힘을 사용해도 동일한 속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연료 소비효율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덕분에 레드불이 연료 유량 센서 문제를 발생시켰을 때 메르세데스는 오히려 연료 흐름을 보다 낮추면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터빈이 분리되면서 얻게 되는 이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터빈과 컴프레셔가 함께 결합된 구조에서는 엔진 뒷편이 마치 꼬리가 달린 것처럼 길게 늘어난다. 이 때문에 변속기의 위치가 보다 뒤로 밀려나게 된다.

하지만 스플릿 터보 시스템은 엔진 길이가 연장되는 정도를 감소시킬 수 있어 변속기의 위치를 보다 앞으로 당길 수 있다. 변속기의 위치가 앞으로 옮겨지는 것 만으로도 무게중심이 가운데로 쏠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덕분에 코너에서 하중의 이동 폭이 보다 작아지게 되고, 드라이버는 보다 부드럽게 운전할 수 있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

변속기가 앞으로 이동하면 그만큼 경주차의 후면부도 잘록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 후면부의 부피감이 작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공기를 뒤로 보낼 수 있음을 뜻한다. 이 많은 공기는 다운포스를 생성시키는데 활용하게 된다. 결국 코너에서 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돌아나갈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점이 발생한다. 터빈과 컴프레셔가 분리되었다면 이 둘을 이어주는 구동축이 길어져야 한다. 수만 rpm으로 돌아가는 구동축이 제 구실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SLS AMG에 있다.

SLS AMG는 앞쪽에 엔진이, 후륜에 변속기를 갖추고 있으며, 이 중간을 구동축이 연결된 형태를 갖는다. 길게 연결된 구동축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저항을 발생시키고 때로는 주행 중 불필요한 움직임으로 주행성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구동축을 감싼 장치가 토크 튜브(Torque Tube)다.

마찬가지로 터빈과 컴프레셔를 연결하는 축 역시 토크 튜브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형태로 제작했다. 터빈이 돌면서 컴프레셔를 원활하게 작동시킴은 물론 충격에도 변형의 발생을 억제시킬 수 있는 것이다.

메르세데스의 스플릿 터보 시스템은 터빈과 컴프레셔가 꼭 같이 붙어있을 필요가 없다는 작은 생각의 차이에서 얻어진 결과다. 이는 기존 터보차저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다른 팀과 아주 큰 차이를 만들어내면서 경기를 휩쓸고 있다.

기술의 아이디어가 공개된 이상 다른 팀들 역시 도입을 서두를 것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스플릿 터보 엔진을 중심으로 차량 설계를 시작한 메르세데스와 그렇지 않은 다른 팀의 차이는 당분간 쉽게 좁혀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