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륜구동 이야기] 6부, 메르세데스-벤츠 4MATIC 이야기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3.10.2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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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폭설이 내린 도로. 너도나도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고 있는데, 유독 힘을 못쓰고 헛바퀴만 돌아가는 차량이 눈에 띈다. 바로 정통 후륜구동 세단 벤츠. 세꼭지별의 자존심이 이때만큼은 땅에 떨어지지만, 또 다른 벤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길 위를 주행하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트렁크 오른편에 ‘4MATIC’ 배지를 하나 더 붙이고 있다는 것 정도.

최초의 자동차를 탄생시킨 브랜드답게 벤츠의 4륜 시스템 역시는 무려 106년이나 된다. 1907년 다임러-벤츠가 내놓은 데른베르크 바겐(Dernburg-Wagen)이 조상격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에 4륜 시스템을 적용했던 시가가 1903년이니, 4륜 시스템의 역사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른베르크 바겐의 탄생은 식민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 목적이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독일 식민지 대부분은 아프리카 지역. 도로라는 개념이 모호한 비포장 도로를 주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했던 것이 탄생 배경이다.

이후 1926년에는 벤츠와 BMW가 4륜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여 보다 정교한 4륜 시스템을 내놓았다. 이 모델이 G-클래스의 조상격 모델인 G1이다. 사실 G는 독일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 후 자국 내 전차개발이 금지되자 그 대안으로 제작한 모델이었다.

이 G시리즈는 계속 개선되어 1937년에는 G5까지 발전했다. 특히 G5의 경우 4륜구동은 물론, 네개의 바퀴를 조향할 수 있는 4WS(4 Wheel Steer) 시스템과 3개의 디퍼런셜, 독립식 서스펜션을 갖추고 있는, 당시의 혁신적인 모델이었다. 그리고 벤츠 G5의 획기적인 주행성능을 경험한 미군이 자체적으로 군용차 개발입찰을 실시했고, 그렇게 탄생한 모델이 짚(Jeep)의 시초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벤츠가 내놓은 ‘4MATIC’이라는 시스템은 언제부터 적용되었을까? 답은 ‘E-클래스(E-Class)’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5세대(W124) E-클래스부터다. 오스트리아의 슈타이어 다임러(Steyr Daimler, 現 마그나 슈타이어(Magna Steyr))와 공동 개발한 시스템으로, 4륜 시스템과 자동변속기를 결합했다는 뜻인 4-wheel drive and autoMATIC 에서 따와 4MATIC이라는 이름이 붙어졌다. 현재 벤츠 라인업에서 4MATIC이 수동변속기 모델에서는 선택할 수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초창기 4MATIC은 수동으로 구동방식을 조작해야 하는 파트타임 4륜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다른 점은 이 구동방식을 조작해야 하는 과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파트타임 기반의 자동제어 시스템을 결합했기 때문에 매우 복잡했음은 물론 효율성도 좋지 못했다. 무엇보다 4바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절반의 완성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파트타임 방식을 최대한 풀-타임 방식처럼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졌던 시스템이기도 하다. 트랜스퍼 케이스는 3가지 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데, Mode0, Mode1, Mode2가 바로 그것.

Mode0은 일반 파트타임의 2H와 동일한 기능으로 100%의 구동력을 뒷바퀴에 전달하는 기능이다. Mode2는 4H와 동일한 기능으로 디퍼런셜 락을 통해 전륜과 후륜을 50:50으로 나눴다. 여기에 후륜에는 ASD(Anti-Skid Differential)가 탑재되어 좌우 구동력을 50:50으로 다시 한번 나눠 험로탈출 등 상황에 대비했다. 이 중간의 Mode1 기능이 구동력 배분이 35:65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파트타임 방식의 한계 때문에 급조작 등과 같은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면 4륜 방식에서 2륜 방식으로 구동력을 풀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이는 차량에 탑재된 3개의 ABS 채널 중 한가지 ABS가 작동하면 자동으로 4륜 시스템이 해제되는 방식을 사용했다.

6세대(W210) E-클래스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2세대 4MATIC 시스템은 상시 4륜, 즉 AWD 시스템의 구성으로 발전되었다. 전륜과 중앙, 후륜까지 3개의 오픈 디퍼런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 이 방식으로 4MATIC 시스템의 무게를 70kg으로 감소시킬 수 있었다.

오픈 디퍼런셜은 경량화는 물론 보다 부드러운 바퀴회전과 간단한 구조가 장점이지만, 한쪽 바퀴가 미끄러져도 나머지 바퀴에 구동력을 보낼 수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벤츠는 여기에 4ETS(Electronic Traction System)라 불리는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을 결합해 디퍼런셜 락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도록 개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측은 오픈 디퍼런셜과 4ETS의 조합의 장점으로 차량의 안락성은 물론 유지보수가 쉽다는 후륜구동의 장점과 다양한 노면상태에서도 주행 궤도를 벗어나지 않아 안전과 신뢰성을 제공한다는 4륜 시스템의 장점을 모두 만족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세대 4MATIC 시스템을 간단히 설명하면 4바퀴는 굴리되 바퀴가 미끄러지면 해당 바퀴의 장착된 브레이크가 제동을 걸어 반대쪽 바퀴에 보다 많은 구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브레이크가 디퍼런셜 락의 기능을 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개가 아닌 2개의 바퀴가 헛돌면 어떻게 될까? 이때는 해당 바퀴에 동시에 제동력이 전달된다. 그러면 제동압력과 같은 양의 구동력이 센터 디퍼런셜을 통해 반대쪽 축으로 이동하게 되어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최근 사용하고 있는 4MATIC 시스템 역시 구조적으로는 2세대 시스템의 개량형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자동변속기에 결합되고 오픈 디퍼런셜 방식은 동일하며, 다판 클러치를 사용해 전 후 구동력 배분과 가변 배분이 이루어진다. 기본적인 구동력 배분은 전륜과 후륜 각각 40:60으로 이루어지며, 상황에 따라 45:55에서 30:70으로 구동력이 배분된다. 모델에 따라 기본 배분이 45:55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현재 4MATIC 시스템은 트랙션 컨트롤인 4ETS 이외에 차체자세제어장치인 ESP까지 융합되어 차량의 안전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각각의 센서에서 전달된 바퀴의 속도와 각도, 회전운동과 측면 가속도 등에 관한 정보를 통해 저속에서는 3개의 바퀴까지 제어할 수 있다.

2012년 12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전륜구동 플랫폼인 MFA(Modular Front Architecture)에 탑재하기 위한 새로운 4MATIC 시스템을 발표하기도 했다. 벤츠 최초로 전륜구동에 맞춰 설계된 새로운 4MATIC은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인 7G-DCT와 통합되었다.

A-클래스와 CLA-클래스, GLA-클래스 등에 탑재되는 이 시스템은 변속기와 윤활계를 공유하는 만큼 경쟁사의 전륜구동 기반 4륜 시스템보다 25%의 경량화를 이끌어낸 점이 특징이다. 또한 간단한 구조와 저 저항 롤러 베어링을 채용한 덕분에 구동손실률도 최소화시켰는데, 벤츠에 따르면 전륜구동 모델과 신형 4MATIC을 적용한 모델의 연비차이는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달성시켰다고 한다.

후륜 축에는 전기유압식으로 작동하는 다판-클러치가 위치한다. 처음부터 새롭게 개발했다고 강조하는 다판-클러치는 클러치가 열리면 전륜에만, 닫히면 4륜에 동력이 전달된다. 4륜에 동력이 전달되는 과정은 후륜 액슬에 탑재된 로터 펌프가 1,000분의 1초 단위로 다판-클러치를 조작하면서 동력을 배분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4MATIC은 오랜 역사를 통한 노하우로 가장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 온로드 AWD시대를 개척한 아우디와 BMW처럼 주행성능의 향상을 강조하기보다 안전을 바탕으로 다양한 노면 주파력에 초점을 맞춰 개선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같은 4륜 시스템이라도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BMW의 xDrive를 비롯한 최신 4륜 시스템 등과 비교해 정체되어있다는 이미지를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경쟁 메이커들이 내세우고 있는 넓은 범위의 전 후 구동력 배분과 좌우 구동력 배분이 가능한 시스템과 비교하면 특별히 내세울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벤츠에서 말이다.

그런데 최근의 메르세데스-벤츠의 행보가 바빠지고 있다.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A-클래스와 첨단 기술력을 모두 모은 S-클래스까지 신모델과 신기술을 속속 발표하고 있고, 디자인마저 과거 모델과 차이를 크게 벌려놓고 있다. 그리고 전륜 기반의 4MATIC 시스템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는 벤츠가 기술적으로 앞서나가기 위한 또 다른 행보의 시작이라고 해석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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