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 정부가 두려운 현대차(?)

  • 기자명 김기태PD
  • 입력 2013.07.25 14:07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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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 이벤트 아닌 진정한 상생 경영 체제로 바꿔야

최근 현대차는 소규모 광고 제작사들에게 자사의 일부 광고를 맡겼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최근에도 기아차 관련으로 유사한 보도자료를 냈으니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차의 광고를 어떤 회사가 담당하던 이는 소비자들이 관심 갖을 내용이 아니다.

사실상 이런 보도자료 등의 유포는 현정부에 대해 '중소기업들과 잘하고 있으니 우리를 잘 봐주세요.'라고 메세지 정도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세상 어느 기업이 자사의 광고를 누가 수주했는지 밝히고 보도자료 까지 뿌리던가? 심지어 광고를 수주한 업체의 프로필까지 보도자료 안에 담았다. 14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이런 황당한 보도자료를 받아본 것이 처음이다.

좋은 광고는 업체들의 경쟁 속에서 나오게 된다. 하지만 기존 현대차 계열의 광고는 정몽구 회장의 일가가 운영하는 이노션에서 대부분의 광고를 맡아왔다. 이노션 월드 와이드는 지난 2005년에 만들어진 광고 대행사로 수년 만에 업계 2위로 부상한 업체다. 현대차 그룹 및 현대카드 등의 광고 물량 없이 업계 2위까지의 도약이 가능했을까? 이노션의 지분은 모두 정몽구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데 정회장만 20%의 지분을 본인의 재단에 출연한 상태다. 광고 뿐만이 아니라 현대차가 지원하는 모터스포츠 이벤트인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의 운영권도 이노션이 갖고 있다.

결국 정상적인 경쟁이 아닌 단지 계열사라는 이유 만으로 엄청난 규모의 광고 및 행사들을 맡아온 것. 때문에 좋은 광고를 만들 능력을 갖춘 중견 광고 대행사들 조차 현대 및 기아차의 광고를 수주한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이제서 정상적인 경쟁을 통해 광고를 수주한 업체가 나온 것 뿐인데 이것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결국 자사가 잘못해온 계열사간 일감 나누기식 행태를 스스로 알리고 있는 것일 뿐이다. 또한 스스로 나서 떠벌리지 않아도 광고 업계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레 알려질 일이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고자 노력 중이다. 하지만 정작 현대차가 메세지를 전하고 싶은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일회성의 광고 제작을 소기업에 넘기고 이를 홍보하기 보다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레 정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억지스런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알리기에 힘쓰는 것보다 실질적인 상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1년 뒤에도 또 그 뒤에도 여러 업체들이 현대차 및 계열사들의 광고를 담당하길 희망한다. 적어도 현 정부가 유지되는 시점까지라도.

현 정부가 들어섰을 때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는 문구를 CF 내에 띄웠던 현대. 당시 몇몇 기업들이 자사 상품 광고에 '박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는 문구를 넣었지만 자동차 회사로는 현대차가 유일했다. 또한 문구를 삽입한 시점 역시 타사들 보다 빨랐다.

하지만 현 정부가 생색내기용 이벤트를 반길 것이라 생각치 않는다. 아마도 진정한 상생 경영체제를 구축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향후 현대차의 행보인 것이다. 업계 1위답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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