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준대형 세단] 배기가스 유입 테스트

  • 기자명 오토뷰 | 김기태 PD
  • 입력 2011.11.08 00:42
  • 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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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시간 내 대처가 필요하다

그랜저HG의 배기가스 논란이 한창이다. 운전 중 실내로 유입된 배기가스 때문에 두통을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E-Mail, 게시판 등 많은 소비자 분들로부터 취재 요청을 받았고 지인들까지 전화를 통해 이 사안에 대한 취재를 부탁해 왔다. 이에 그랜저와 더불어 동급 모델들의 배기가스 유입 실태에 대해 점검해 봤다.

동호인 및 지인들의 협조를 얻어 총 10여대의 차량을 섭외했으며 테스트에 사용된 차량들 목록은 다음과 같다.

현대 그랜저기아 K7르노삼성 SM7한국지엠 알페온
그랜저 HG 3.3K7 3.0 GDiSM7 3.5알페온 3.0
그랜저 HG 3.0K7 2.4 GDiSM7 2.5알페온 2.4
그랜저 HG 3.3
(2차 보완 솔루션 적용 차량)
그랜저 HG 3.0
(2차 보완 솔루션 적용 차량)

테스트는 간단한 방식으로 다음과 같이 이뤄졌다. 휴대가 가능한 간이 계측 장비 2대를 마련해 실내와 트렁크에 각각 배치했으며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100km/h 미만의 주행과 고속 주행을 병행해 각각의 측정값을 기록했다. 모든 테스트 차량의 운전은 배가가스 문제를 제보한 2명의 동호인이 담당하는 것으로 했다.

테스트 모델 : 현대 그랜저HG (3.0 ~ 3.3)

첫번째 테스트에 나선 차량은 그랜저 3.3이다. 최근 현대차가 내놓은 그랜저의 최고급 모델이자 고성능 버전이다. 90~100km/h를 넘나드는 부드러운 주행서 문제는 부각되지 않았다. 반면 엔진에 부하가 걸리는 주행서는 얘기가 달라졌다. 고속 테스트를 시작한지 5분 남짓한 시간에 실내의 일산화탄소 수치가 크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실내서 계측된 일산화탄소는 60ppm을 기록했으며 동시간에 트렁크로 유입된 일산화탄소는 309ppm에 달했다. 이 상황서 주행을 지속한다면 건강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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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3.0도 일반 주행서는 문제를 보이지 않았지만 고속 주행 테스트에 들어가면서 큰 아쉬움을 줬다. 3.3버전을 능가하는 75ppm의 일산화탄소가 실내에 퍼졌기 때문이다. 당시 트렁크에 위치한 계측 장비는 413ppm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랜저의 테스트를 마친 후 해당 차량에 탑승했던 오토뷰 스탭들은 두통을 호소했다. 한 명의 스탭은 구토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테스트 모델 : 현대 그랜저HG (3.0 ~ 3.3) 2차 보완 모델

배기가스 문제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현대차는 임시적인 보완 솔루션을 내놨다. 필터를 교체 하는 등의 작업이었는데 이 솔루션이 실내로 스며드는 일산화탄소를 방어해내지는 못했다. 결국 소비자들의 원성만 샀던 이 솔루션은 별다른 효과 없이 2차 솔루션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다.

2차 솔루션이 적용된 테스트카가 실험에 들어갔다. 보완 전 모델처럼 일반 주행서는 문제를 보이지 않았으며 고속 주행서도 실내로 유입되는 일산화탄소는 발견되지 않았다. 보완 솔루션 적용 이후 3.0 및 3.3 모델 모두 실내서 일산화탄소 수치가 계측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트렁크서는 일산화탄소가 검출되었으며 이 수치는 3.3모델 기준 96ppm, 3.0모델 기준 75ppm에 달했다.

테스트 모델 : 기아 K7 (2.4~3.0 GDi)

두번째로 테스트에 임한 모델은 기아의 준대형 세단 K7이다.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이다. 우선 3.0GDi 모델부터 테스트에 들어갔다. 그랜저와 마찬가지로 일반 주행서는 일산화탄소가 검출되지 않았다. 반면 엔진에 부하가 걸리는 고속주행이 시작되자 실내의 일산화탄소 수치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고속 주행에서 확인된 일산화탄소 수치는 트렁크를 기준으로 374ppm에 달했으며 실내서는 24ppm이 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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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모델도 테스트한 결과 고속 주행 기준 트렁크 275ppm, 실내 11ppm이 검출됐다. 시간당 일산화탄소 노출량을 25ppm으로 바라본다면 아슬아슬한 수치로 보일 수 있겠지만 주행이 지속될 경우 실내로 축적되는 일산화탄소 수치가 높아질 수 있는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 단순한 차량의 문제는 소비자의 불편함에 그칠 수 있지만 이는 소비자의 건강과 연관 있는 문제다. 기아차의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테스트 모델 : 르노삼성 (2.5~3.5)

르노삼성의 SM7은 데뷔한지 3개월도 되지 않는 신차다. 과연 SM7에서도 일산화탄소가 검출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SM7도 일산화탄소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반주행서는 문제를 보이지 않았지만 고속 주행 결과 생각보다 많은 양의 일산화탄소가 실내로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3.5 모델을 기준으로 할 때 실내서 검출된 일산화탄소 수치는 37ppm에 달했으며 트렁크는 180ppm 수준을 보여줬다. 이 수치는 기아 K7 3.0GDi의 것을 뛰어넘는 것으로 환경기준치인 25ppm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장시간 주행을 즐긴다면 그랜저HG 처럼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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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테스트에서 2.5모델은 3.5 대비 좋은 수준을 보여줬으며 기록된 수치는 실내 기준 2ppm, 트렁크 기준 102ppm 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가지 변수가 있다면 3.5 모델이 사고 이력을 보유했다는 것인데 이 사고는 전면부에만 해당한다. 트렁크 및 실내 등의 수리가 없었지만 르노삼성 측이 이의를 제기가 있다면 언제든 주변 차량들을 섭외해 재테스트 할 용의가 있다. 단, 르노삼성이 제공하는 차량은 실험에서 제외할 것이다.

테스트 모델 : 한국GM 알페온 (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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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테스트 모델은 한국GM의 알페온이다. 문제의 확률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고배기량의 3.0 모델부터 테스트에 들어갔다. 다른 차량들처럼 일반주행서도 문제를 보이지 않았고 고속 주행 결과도 동급 모델 중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했다. 알페온이 기록한 수치는 실내 기준 미검출(0ppm)이었으며 트렁크에서만 151ppm의 일산화탄소가 계측됐다.

알페온 2.4 모델은 전체 차량 가운데 가장 뛰어난 수치를 보여줬는데 실내서는 미검출, 트렁크에서만 82ppm의 일산화탄소 수치를 보였을 뿐이다. 이 수치는 보완 솔루션이 적용된 그랜저와 맞먹는 수준이다.

테스트를 마치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슈가 있다면 배기가스에 노출된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이다. 차량의 다른 결함은 보완을 통해 만회될 수 있겠지만 인체를 통해 흡수된 일산화탄소에 대한 것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는 것일까?

일정량의 일산화탄소에 노출된다는 사실은 성인 남성의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랜저의 뒷좌석 베이비시트에 앉았을 수 있는 아기들과 그랜저에 올랐거나 직접 운전했을지 모를 임산부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만약 내 가족이 이 차를 소유했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기자의 지인으로 있는 모회사 임원은 사측에서 제공한 그랜저 3.0을 출퇴근 차량으로 이용하고 있다. 개인차로 벤츠의 AMG버전을 갖고 있을 만큼 속도를 즐기는 소비자 중에 하나다. 외각 순환도로를 이용해 출퇴근 하는 이 지인은 매일 상당량의 일산화탄소를 마셨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완 솔루션 적용 전까지 천천히 다니시라는 전화를 드린 것이 기자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차량의 문제는 당연히 보완되어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그 동안 일산화탄소에 노출된 소비자에 대한 보상 또한 고려해야 하는 것이 국내 1위 업체로서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이번 문제는 단순 차량의 문제가 아닌 소비자들의 건강까지 위협한 중대 사안이다. 소비자들에 대한 현대차의 성의 있는 보상 안을 기대해 본다.

해당 결과를 기아차에 전달한 결과 조만간 자체 테스트를 통한 내부 검증이 완료되면 보완 솔루션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방침이라 전해왔다. 하지만 정확한 시기 등은 미정이다. 같은 그룹 내 현대차의 문제가 불거진 상황서 불난집 구경하는 듯 보이는 자세는 소비자들을 화나게 할 것이다. 이번 테스트에 참여한 K7 소비자는 차량의 문제로 화가 나 부산서 서울까지 달려와 테스트에 참여했다고 한다. 기아차는 이 사안에 대한 심각성을 빠르게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한국GM 알페온은 동일 조건 기준 문제를 보이지 않은 유일한 모델이다. 테스트 결과를 전달 받은 한국GM은 트렁크 부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을 경우 보완할 의지가 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실내 공간서의 일산화탄소 검출이 없다고는 하지만 트렁크에 유입되는 일산화탄소 수치까지 낮출 수 있다면 더 많은 알페온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르노삼성 측에도 테스트 결과와 향후 대응을 문의했지만 역시나 묵묵부답이다. 아직 심각성에 대해 인식을 하지 못하는 듯 하다. 자사보다 더 큰 규모의 기아, 한국GM도 문제 발생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전해온 시점서 이번 르노삼성의 태도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이 사안은 소비자들의 건강과 연관이 있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 상황으로 볼 때 SM7은 판매량이 적은 비인기 모델에 속한다. 판매대수가 적은 상황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적인 면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하지만 문제의 검증 없이 무작정 방치만 하려 한다면 더 많은 소비자들을 잃게 될 것이다.

냉정히 말해 현재의 르노삼성은 10여년전 내놨던 초기 SM5의 품질 및 이미지 덕에 인기를 끌었던 회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10년전의 SM5는 없다. 국내 마케팅 회사 선정 1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고객 만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몇 년 전 현대차는 해외 마케팅 회사인 ‘JD Power’ 선정 품질평가 1위였다는 점을 내세우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차 CF를 보면 기술력을 내세우려 노력중 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말로만 얘기하는 품질은 의미 없다. 기존 르노삼성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많은 고객들을 위해 빠른 내부 조사 착수와 그에 따른 조치를 벌이길 희망한다.

친환경이라는 주제가 사회 곳곳에 퍼져나가고 있는 지금이다.‘피톤치드’를 흡입하기 위해 산림욕장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가는 추세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일산화탄소를 선사해주는 자동차를 환영할 소비자가 있을까?

가족 건강을 문제 삼아 수천명의 소비자들이 손해배상을 제기했을 때 웃으면서 보상해 줄 제조사 또한 있을까? 빠른 액션을 취하는 브랜드가 손해를 덜 보게 되는…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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